오래되고 심한 입냄새는 질환과의 연관성도 살펴야 한다. 한의학박사인 김대복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 입냄새를 질환적 관점에서 풀이한다. <편집자 주>
입냄새가 나면 옆 사람이 괴롭다. 구취를 풍기는 사람은 거의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냄새가 심한 사람이 밀폐된 곳에서 말 하거나 호흡 하면 공간에 냄새가 차게 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모두 역겨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의 냄새에 적응된 탓이다. 그렇기에 구취는 주위의 귀띔으로 알게 되는 게 대부분이다.
이 같은 특징으로 인해 구취인은 불안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구취가 치료되었음에도 입냄새가 계속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입냄새가 사라졌다고 해도 믿지 못해서 묻고, 또 묻는 강박관념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증상이 없음에도 입냄새가 나는 것으로 맹신하는 구취공포증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는 입맛을 참고하면 구취 판단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혀에 있는 맛 봉오리는 침에 묻은 화학 물질에 반응한다. 그 결과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건강 이상으로 맛을 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미각소실, 맛을 보는 능력이 감소된 미각감퇴, 또 맛에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미각과민 등이다. 구취와 관련해서는 맛의 왜곡현상인 미각장애를 생각할 수 있다.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증상이다.
대표적으로 감기에 걸리면 입맛이 쓰다. 평소 건강할 때는 단맛으로 인식될 음식도 쓰게 느껴질 수 있다. 영양부족, 아연 부족과의 연관성을 살필 수 있다. 또 고열 감기라면 닷맛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입냄새가 나는 사람은 구취 원인에 따라 신맛과 쓴맛, 매운맛 등을 느끼기도 한다. 신맛과 쓴맛은 구취 유발 원인 중 하나인 위산 역류와 관계있다. 소화기관의 능력이 저하돼 장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위산이 역류할 수 있다. 이 때 식도로 넘어오는 위산은 신맛으로, 소화액 내 담즙은 쓴맛이 느껴진다.
간 기능 이상으로 입냄새 심한 경우도 음식이 신맛으로 왜곡될 수 있다. 화(火)병이 있어 마음이 늘 불안하거나 담이 허하면 쓴맛을 느낀다.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와 비염이 있는 사람은 짠맛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췌장과 위 기능이 항진되면 단맛, 신열(腎熱)로 인해 매운맛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입맛으로 구취 연관 질환을 유추할 수 있다. 입맛의 변화와 함께 입냄새가 나면 바로 한의원에서 구취 연관질환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